그놈의 뒤바뀐 '송' 땜시
거의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뉴욕에 살고 있는 고교 친구 부부들과 만난 것이
지난해 이맘때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도의 그래프를 종모양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가 만났을 때는 꼭짓점을 지나
조금은 아래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을 때였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었지만
몇 달 동안 꽁꽁 닫혔던 식당의 문이
실외에 한해서만 막 열릴 때였다.
비바람이 몹시 치던 날,
우리는 천막 안이는 해도
날리는 빗방울에 젖으며 마지못해
낭만적(?)인 식사를 하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4 월에 모두 백신 접종을 끝낸
우리 모두 일치단결해서 식사 한 번 하자고 해서
잡힌 날이 어제였다.
모임의 주동자며 길라잡이인 친구에게서
지난주에 카톡으로 연락을 받았다.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장소: X송
시간: 어제 오후 6 시
장소에 송자가 들어가니
나는 당연히 우리가 자주 가던 바로 그 짜장면집이라고
머릿속에 입력을 했고
어제 약속시간 10 분 전에 여유 있게 도착을 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미리 예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섯 이서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룸까지 차지했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우리의 도착을 친구들에게 알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좀 늦나 보네-
-혹시 모두 깜빡한 건 아닐까?-
이 두 가지 생각을 번갈아 하는데
5 분 뒤에 연락이 왔다.
자기들도 도착했는데 어디에 있느냐는 거였다.
그래서 '송 X'이라고 답을 보냈더니
그곳이 아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X송"이 약속 장소라는 거였다.
-아니 늘 만나던 곳을 두고 익숙지 않은 장소를 골랐을까?-
우리는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주인아주머니께 약속 장소가 바뀌었다고 둘러대고
서둘러 옆문으로 빠져나왔다.
참으로 민망하고 낯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한 블록을 돌아서 주차장에 있는 차를 타고
'X송'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X송은
Bell Blvd. 에서 우회전을 해서 대 여섯 블록을 가야 하는데
우회전하자마자 중국집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잠시 차를 멈추고 간판을 보니
'XX'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X송이라고 했으니 여긴 아니겠지-
약속 장소로 잡힌 곳의 이름과는 모음 하나가 달랐다.
우리는 몇 블록 더 떨어진 곳에 있는
문제의 'X송'으로 향했는데
친구가 말한 문제의 장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이 닫혀있었다.
하릴없이 차의 방향을 틀어
오던 길을 되돌아가 친구가 보내준 장소와는
모음 하나가 다른 'XX'으로 갔다.
그곳에서 일 년간 보지 못한 친구들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연락을 보내 친구에게 부드럽게 따져 물었다.
'X송'은 어디 가고 'XX'이냐고?
플러싱을 손바닥 안에 두고 있는 친구가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처음에 착각을 해서 잘 못 갔던
짜장면 집주인이 처음에 'X송'을 운영하다가(여기까지는 나도 안다)
새 주인에게 팔았고,
새 주인은 자리를 옮겨 새로 짜장면집을 열었으니
그 이름이 'XX'이라는 거였다.
원 X송의 주인아주머니는
내가 처음 찾아갔던 곳에 또 개업을 하고----
송X, X송, 그리고 XX
두 짜장면 집주인 아주머니와
세 짜장면 집 이름 사이에서
한참을 헷갈리며 길을 찾지 못하다가,
그냥 다 무시하고 잊기로 했다.
당장 배가 고프니 짜장면 집의
계보나 역사, 그리고 소유권 이전 같은 역사가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X송과 송X 사이의 가깝고도 먼 거리 때문에
내가 착각을 했다.
그래서 같은 시간에 엉뚱한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5 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두 식당 사이의 거리가 멀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친구가 알려준 곳의 주소를 자세히 살폈더라면
이런 일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그것이 옳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온 것이
비단 어제 한 번뿐이었을까?
송X과 X송, 그리고 XX 사이의 거리를 묵상하며
열어가는 오.늘.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