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근길에 - 지하철 정거장에서(in a station of the Metro)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5. 6. 21:42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in a Station of the Metro by Ezra Pound-

 

-군중 속에서 활연히 나타난 이 얼굴들

축축한, 검은 가지 위에 피어난 꽃잎들-

 

위의 시는 이미지즘의 대표시라고 할 수 있는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시의 전문이다.

 

어두컴컴한 지하철 역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의 얼굴을

검고 젖은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꽃잎으로 묘사한 시이다.

 

대학교 2 학년 때 처음 만난 이 시를 읽으면서

사실 나는 어두운 전철역에 잠시 정거한

기차 안의 사람들 얼굴을 떠올렸다.

 

어두움을 배경으로 차 안의 흰 형광등 빛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얼굴들.

 

검은 색과 흰색의 대비-시각적 이미지의 대비를

아주 선명하게 표현한 시이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지상에 있긴 하지만) 지하철 역에서

나를 맞아준 것은

아침 햇살이었다.

 

검은 역사 안,

그리고 햇살.

 

그래서

나의 기억은 45 년을 거슬러 올라가

이 시와 만날 수 있었다.

 

오.늘.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