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서 생긴 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2 주 전에 한 아가씨(?)가 웨딩드레스를 들고
우리 세탁소를 찾았다.
처음 보는 손님이었는데
밝은 표정에 미소가 백목련 처럼 예뻤다.
그녀가 들고 온 웨딩 드레스를 살펴보니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었고
아랫부분이 바닥에 끌려서
먼지와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일단 웨딩드레스는
구슬과 반짝이 같은 장식이 많이 붙어 있어서
세탁하기가 조금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세탁소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손님을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
나도 명랑한 표정으로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그녀에게 말을 했으나
솔직히 마음은 어두웠다.
먼지와 흙이 묻은 웨딩드레스와 씨름을 할 생각 때문이었다.
일단 웨딩드레스에 묻은 먼지와 흙을
솔로 문지르고 두드리며
얼르고 달랜 끝에 세탁기에 넣고
세탁과정을 마쳤다.
결론?
그녀의 웨딩드레스는 영어 표현으로 'snow white',
즉 눈처럼 깨끗한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어제 그녀가 기대감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세탁소를 찾아왔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떤 소식을 먼저 듣기 원해요? 좋은 소식?, 아니면 나쁜 소식?"
그녀는 좋은 소식을 먼저 듣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웨딩드레스가
눈처럼 깨끗하게 세탁이 되었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녀의 입에 백목련 같은 미소가 피어났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걱정 어린 질문이
자신 없는 어조로 새어 나왔다.
"웨딩드레스가 아무리 깨끗하게 세탁이 되면 뭘 하겠어요, 또 입을 일이 없는데."
나의 말에
그녀의 입에서는 백목련이 연속으로 피어났다.
정말 그랬다.
나의 마음은 그녀가 정말로
그 웨딩드레스를 다시 입을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건강 보험으로 많은 돈을 지불했지만
그 보험을 쓸 일이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녀가 돌아간 후에 세탁소 안은
백목련이 활짝 피어난 것처럼 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