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사진일기
부활절 아침은 부활다웠다.
날씨면 기온이 정말 봄 같았다.
아직 봄이 온 것 같지 않아 망설이던
목련도 얼굴을 내민 것이다.
하나가 빼꼼히 얼굴을 내미니
여기저기서 연달아 톡톡 꽃망울을 터뜨린다.
부활을 맞아 뉴저지의 큰 딸네 집을 시작으로
아내와 나의 형제들과 장인 장모님을 찾아뵈었다.
겨우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숨죽이고 살던
모두에게 봄의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큰 딸네 집에 두 번 갔는데
그때마다 현관의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손주들을 만나야 했다.
그런데 이번 부활절에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사위가 만들어 준 브런치도 먹었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맞은
손녀 Penny는 한 살 반이 된 지금까지
엄마 곁을 벗어나지 않은 행운(?)을 누렸다.
육아 휴가가 끝나기 전에 코로나 사태가 밀려와서
자의 반 타의 반 엄마가 집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Penny는 식구들 하고만 지낸 까닭으로 낯가림이 누구보다 심해서
식구 외에 누구에게도 가려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쿠키 같은 것으로 유혹을 하면
잠시 다른 사람에게 안기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관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까닭에
Penny를 안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꽃망울 하나가 벌어지면
나머지도 앞 다투어 피는 꽃처럼
Penny와의 관계도 머지않아 꽃을 피울 것이다.
백신의 덕으로 여섯 달 동안이긴 해도
한시적인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력이 좀 꺾여서
자유로운 왕래가 이루어지고
아주 평범한 삶이 회복되면 얼마나 좋을까?
부황의 의미가
평범한 일상의 회복으로 내게 다가온
2021 년의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