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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여행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3. 10. 11:58

 

일요일 오후,

해가 지는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해질 무렵엔 지는 해를 보며 걸었다.

 

환할 때는 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이

막 해가 지려하자

멈추어 서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일몰 앞에서 멈추어 서서

마치 마지막에 대한

정중한 예를 표하는는 것 같았다.

 

해가 질 때 사라들은 참으로 경건해지는 것 같다.

 

참으로 많은 조개 껍데기.

 

박완서 선생님의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바닷가에서

그 많은 조개는 누가 다 먹었는지 궁금해진다.

 

누군가가 모래 위에 꽃을 놓아두었다.

 

어둠이 짙어지며

육지로부터 새떼들이

바다 한가운데로 이동을 한다.

 

갑자기 날개가 피로해지면 어떡하나?

 

해가 지는 쪽의 붉은 황혼 못지않게

반대편 하늘빛도 신비롭다.

나는 늘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등 뒤의 하늘을 즐겨 바라본다.

 

해가 지자

하늘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이어 짙짙푸르게 변한다.지

 

그리고 어둠이다.

 

색이 사라지면

사람들도 사라진다.

 

한동안 황홀하던 하늘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나의 마지막도 이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