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라인을 기다리며
지난 두어 달 동안 겨울의 맵짠 맛을 제대로 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힘이든 때에
추운 날씨와 두어 차례 내린 폭설은
우리 세탁소의 재정상태마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겨우 겨우 살얼음 판 위를 걷고 있었는데
결국 세탁소 살림살이에도
빨간색 볼펜으로 수지타산을 기록해야 하는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그래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니
아치 저녁으로 출퇴근을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차를 운전해서 다니면 주차할 공간을 찾기가
폭설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전철을 이용하면 그런 어려움은 없지만
한 번이나 두 번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고스란히 떠맡아야 한다.
더군다나 추운 날씨에 전철을 기다리는 일은
지난 십여 년 동안 100 미터 가량 떨어진
아파트와 세탁소 사이를 오가며
출퇴근의 고통을 잊고 살던 나에게
살아가는 일의 고통과 함께 엄숙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철 라인 셋 중에서
두 개가 지상에 있으니
찬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아무것도 감싸지 않은
부분을 파고들었다.
적자를 내는 세탁소에
이런 고생을 하며 출퇴근해야 하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길에
Broad Channel이라는 역에서
'S' 라인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우리 세탁소에서 20 년도 넘게 옷 수선을 하고 있는
로사 생각이 났다.
S 라인은 Broad Channel에서 나의 목적지인
Rockaway Park까지만 왕복을 하는
일종의 셔틀이다.
15 분에 한 번씩 운행을 하는
S 라인의 전철에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기다리는 역은 물론 지상에 있고
바로 옆이 바다라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심상치 않게
차고 맵다.
나는 고작 며칠 전철을 타면서 불평이 마음속에 쌓이는데,
로사는 이십 년을 넘게
별별 날씨와 상황을 겪으면서 전철을 타고
브롱스에서 브루클린에 있는 우리 세탁소까지
출퇴근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생각이
찬 겨울바람에 묻어와 내 머리를 쳤다.
더군다나 로사는 에콰도르라는 더운 나라 출신이어서
몹시 추위를 타기에 늘 전기 히터를 켜놓고 일을 한다.
100 미터 거리를 1 분 걸려 출퇴근하던 나 같은 사람이
브롱스에서 브루클린까지 출퇴근하는
로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특별히 나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내가
추운 날씨에 전철로 출퇴근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게 문을 마지막으로 나서는 날까지도
로사의 어려움이나 마음을 엿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S 라인 전철을 기다리며
이제부터는 로사가 받아가는 급료에
전철 요금이라도 살짝 얹어서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찬바람의 매서움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