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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2. 10. 01:53
외도



오늘 아침은 잔뜩 흐렸다.
아침 여섯 시쯤에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희미한 붉은빛이 보이긴 했으나
색조가 영 부실했다.
오늘 아침 해와의 인사는 미뤄두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Bay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는데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을 내서
해와 반가운 인사를 나눌까?-
나는 외도를 잘 할 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자꾸 내게 추파를 던지는
햇살의 기운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마침 오른 쪽에 커다란 식당에 딸린 주차장이 비어 있었다.
가던 길에서 벗어나 잠시 외도를 하기로 했다.
구름 속에서 삐져나온 해의 얼굴은
아주 말끔했다.
내 마음도 맑아졌다.
잠시의 외도로 내 마음에 해가 들어온 것이다.
점점 육신이 시들어가면서
마음의 물기도 사라지는 요즈음
마음이 이끄는대로 잠시 외도를 함으로써
수액을 보충할 수 있다면
어떻게 외도를 마다할 수 있을까?
보라, 난 이제부터 틈이 나면
외도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