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백신 접종
한동안 소식이 없던 둘째가
어제 식구들 페이스북에 근황을 알렸다.
두 번째 백신 접종을 끝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부작용은 없었냐고 물어보았더니
첫 번째 접종 후 3 일 동안
팔에 통증이 있었고 피로감을 느꼈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린데 한 시간쯤 위에 다시 둘째가 글을 올렸다.
보통 첫 번 째 접종보다 두 번째 접종 시
통증이 더 심하다는데 아직 그런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면역력이 강한 젊은이들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며
나이 든 사람들은 접종 후에도 별 증상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뿐 아니라
노인들의 백신 접종 뒤에 나타나는
부작용의 미소함을 덧대어 대답을 한 것이다.
둘째의 성품이다.
앞으로 백신 접종을 해야하는
우리에 대한 일종의 배려심이 드러난다.
어릴 적 불주사에 대한 아득한 공포가 생각난다.
무지하게 아팠던,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 돌던 그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아직은 언제가 내 차례가 올지
기약이 없는'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다.
아이들 중 최고의 겁쟁이 둘째도
이미 접종을 끝냈는데
병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과 공포에서 벗어나느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둘째의 성향을 아는 나로서는 그보다도
연로하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찾아가 뵈려는 마음 때문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백신을 맞았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한글로 가끔씩 두 분께 안부를 전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찾아뵙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닌데
둘째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의 앞자리에 있으니
앞뒤 가리지 않고 접종을 받은 것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처럼
조금씩 멀어져 가는 물리적 거리만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빈 바람소리가 커져가는 요즈음
조금의 고통을 수반할 수도 있는 백신 접종의 기회를
기다리며 평범하지만 위대한 일상에로의 회귀를 희망한다.
백신 접종 증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