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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하늘빛 - 호색한(好色漢)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1. 31. 23:11
아침마다 거실 유리창을 두드리는 하늘빛 때문에
이사한 뒤부터 내 심장에 붉은 피가
경운기 엔진처럼 투박스럽게 뛴다.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다.
구름 속에서 햇빛이 붉은 띠를 두르기 시작한다.
"참 오늘은 일요일이지."
마음 졸일 필요도, 서두를 이유도 없다.
천천히 해가 뜨면서
펼치는 빛의 마술쇼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음은 축복이다.
6 일 일하고 주어지는 하루의 휴식.
그 안식일에 나는 다시 호색한(好色漢)이 되기로 한다.
호색한은 색(色)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나
나의 경우 순수하게 색깔을 뜻하고
'색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해되길 바란다.
사진을 찍을 때도 색깔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색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알맹이가 없는 사진을 찍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란 말과도 같다.
그래서 흑백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새벽의 하늘빛은 늘 내가 호색한으로 남도록
그 끈끈한 추파를 보내는데
오늘도 그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DNA도 순수한
순도 100%의 호색한(好色漢)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