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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안대소 - 마음이 가난한 사람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0. 12. 31. 11:02

2020 년 12월 30 일.

새로 이사할 집의 클로징을 했다.

진작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여러 사정으로

미루고 미루어져 드디어 오늘 클로징을 한 것이다.

 

내 이름(물론 아내 이름도 포함)으로 소유하게 된 두 번째 집이다.

 

1993 년에 뉴저지 해링톤 파크에 첫 번 째 집을 계약하고 이사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집을 사서

이사를 가게 되었음에도

나의 마음은 그저 시큰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침실만 여섯 개에 욕조가 딸린 화장실만 다섯 개가 있는 큰 집과

달랑 침실 둘에 거실과 부엌을 겸한 공간,

그리고 발코니가 있는 작은 아파트와 맞바꾼 격이 되어

많이 손해를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우리에게 처음부터 집을 살 돈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Grounf Zero부터 시작해서 집을 갖게된 것을 생각하면

머리 조아리고 천지신명께 감사드림이

마땅하고 옳을 것이나

이미 내 마음은 무언가로 그득 차서

기쁨이 샘솟을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 여행을 하던 때였다.

콜롯세움을 향해 걸어가던 우리 눈에

집시 여인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깡마른 딸과 함께 였다.

 

아내가 집시 여인의 딸에게 5 유로를 주었다.

그 5 유로를 자기 엄마에게 모여주며

기쁨에 들떠서

얼굴이 찢어지도록 웃는 것이 아닌가.

 

파안대소

 

5 유로의 심반 배도 넘는 돈을 치르고

얻은 새 집에도 그 여자 아이처럼

얼굴이 찢어지게 웃지 못하는 나를 보며

뜬금없이 가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게 웃기 위해서는

더 내 속을 비우고

마음의 키도 더 낮추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진정 행복하다.

이젠 커서 아가씨가 되어 있을

그 소녀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그래도 막걸 한 잔으로 축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