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안대소 - 마음이 가난한 사람
2020 년 12월 30 일.
새로 이사할 집의 클로징을 했다.
진작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여러 사정으로
미루고 미루어져 드디어 오늘 클로징을 한 것이다.
내 이름(물론 아내 이름도 포함)으로 소유하게 된 두 번째 집이다.
1993 년에 뉴저지 해링톤 파크에 첫 번 째 집을 계약하고 이사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집을 사서
이사를 가게 되었음에도
나의 마음은 그저 시큰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침실만 여섯 개에 욕조가 딸린 화장실만 다섯 개가 있는 큰 집과
달랑 침실 둘에 거실과 부엌을 겸한 공간,
그리고 발코니가 있는 작은 아파트와 맞바꾼 격이 되어
많이 손해를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우리에게 처음부터 집을 살 돈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Grounf Zero부터 시작해서 집을 갖게된 것을 생각하면
머리 조아리고 천지신명께 감사드림이
마땅하고 옳을 것이나
이미 내 마음은 무언가로 그득 차서
기쁨이 샘솟을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 여행을 하던 때였다.
콜롯세움을 향해 걸어가던 우리 눈에
집시 여인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깡마른 딸과 함께 였다.
아내가 집시 여인의 딸에게 5 유로를 주었다.
그 5 유로를 자기 엄마에게 모여주며
기쁨에 들떠서
얼굴이 찢어지도록 웃는 것이 아닌가.
파안대소
5 유로의 심반 배도 넘는 돈을 치르고
얻은 새 집에도 그 여자 아이처럼
얼굴이 찢어지게 웃지 못하는 나를 보며
뜬금없이 가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게 웃기 위해서는
더 내 속을 비우고
마음의 키도 더 낮추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진정 행복하다.
이젠 커서 아가씨가 되어 있을
그 소녀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그래도 막걸 한 잔으로 축배를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