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핼로윈 풍경
올 해의 핼러윈 풍경
올해는 핼러윈을 아주 싱겁게 보냈다.
미국에 와서 서른일곱 번째 맞는 핼러윈이지만
이렇게 밋밋하게 보낸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경험한 핼러윈은
여러 모습으로 분장을 한 아이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가고
다시 새로운 아이들이 밀려오는
축구 경기장의 파도타기와도 같았다.
이민 초기의 10 여년 동안은 'trick or treating'을 다니는
아이들을 대접하는 것 외에
청소년들의 짖꾸진 장난에 대비해야 하는
전쟁 같은 상황을 견뎌내느라 무던히도 마음고생을 했다.
청소년들은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고 몰려다니며
상점의 물건을 엎기도 하고 약탈을 하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핼로윈 데이에 경찰들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는 Brooklyn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초인종을 누르며 'trick or treat'을 해야 하는 주택가보다
문이 항시 열려 있는 상가로 진출했는데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가성비의 경제 원리가 자연스레 적용되었다.
학교가 끝나는 오후 세 시쯤부터 본격적인 'trick or treating'이 시작되면
세탁소에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작업을 할 수가 없어서
직원 한 명을 문 밖에 배치해서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누어주게 했다.
스무 개쯤 들어있는 캔디 봉지 100 여개를 풀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이들에게 주다 보면
오후 다섯 시쯤 바닥이 드러난다.
그런데 올 해는 캔디를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세탁소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은
한 두 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거리는 한산했고
trick or treating을 다니는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보호자들도 'trick'에 대한 자신감도 활력도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솔직히 나 같은 이민자는
어린 시절의 즐겁고 행복한 핼로윈 데이의 기억이 없어서
캔디를 준비하고 많은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는 까닭으로
솔직히 귀찮고 부담이 되는 날이 핼로윈 데이다.
그런데 핼로윈 데이를 경험한 아이들의 엄마 아빠들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이 기쁨과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는 핼로윈 데이가
올 해는 너무 썰렁해서
홀가분하기보다는 어둡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조금 귀찮기는 해도
아이들로 거리가 벅적대는 핼로윈 데이가 그립다.
도시는 썰렁한데 교외 지역은 여전히
행복 한 아이들의 축제가 계속된 모양새다.
손주들의 핼로윈 데이 사진을 보니
집주인이 해골 뒤에 서서
계단의 가드레일 따라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누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기들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그 기쁨을
아이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설치물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도 이렇게 시간을 넘어서
전통을 통해 전달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내년에는 정말 나의 마음이 담긴
맛난 캔디를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