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찾은 Adirondack Park의 Indian Head 그리고 함께 가는 길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0. 10. 27. 11:04

다시 찾은 Adirondack Park의 Indian Head 그리고 함께 가는 길

 

아내와 나는 주말을 이용해서 1박 2일로

뉴욕 주에 있는 Lake Placeid와 

Adirondack Park 중 한 곳인 Indian Head로 하이킹을 다녀왔습니다.

Adirondack Park는 1892 년 뉴욕주 공원국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6 백만 에이커에 이르는 이 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큰 공원이라고 합니다.

뉴욕 주의 5 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바로 이웃에 있는 버몬트 주와 같은 크기이며

Yellow Stone 국립공원의 거의 3 배에 달합니다.

Adirondack의 의미는

미 원주민인 Mohawk 족의 언어로 '나무(껍질)를 먹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아서 겨울엔 먹을 것이 없으므로

나무껍질로 연명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난 7 월에 다녀온 그곳의 가을 단풍 모습이 궁금했던 아내가

내 생일 선물을 빙자해서

지난주에 1 박 2 일의 아주 빡빡한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단풍은 오히려 우리가 살던 뉴저지와

뉴욕 시에서 가까운 곳이 오히려 더 아름다웠습니다.

Adirondack의 사인이 보이는 곳부터는

단풍은 거의 지고

푸르른 침엽수와

잎이 떨어진 자작나무의 하얀 나신들이 산비탈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간혹 남아 있는 자작나무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찰랑찰랑하며 작고 노란 물결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부부가 갑자기 우리 여행에 끼어들었습니다.

우리가 짧은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을 눈치채고 

급하게 호텔을 예약하고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들 결혼 때 잠깐 보고

긴 시간 동안 만나지 못해서 서로 그리워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해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부부와 토요일 저녁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갑자기 예약을 하는 끼 닭에 가격도 따지지 않고

우리가 묵는 곳에 제법 호화로운 숙소를 정했습니다,

그 부부는 3 년 전 나의 환갑상을 차려주었는데

이번에도 집에서 이것저것을 가져와 향기로운 와인과 함께

근사한 저녁상을 차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생일잔치를 또 한 번 했습니다,

밤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정말 향기롭습니다.

아침 6 시에 호텔에서 나왔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삼은 Indian Head에 가기 위해서

깜깜한 새벽에 그리 서둘러야 하는 것은
주차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이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두 곳이 있는데
두 곳 합해봐야 겨우 차 40 대 미만이 주차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단 주차를 하고 나면
그 넓은 하이킹 코스를 거의 독점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됩니다.
별로 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없이
한적하게 사유지처럼 활개 치고 다닐 수 있는 특권이
주차를 한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전 날 종일 날일 흐렸고,
새날 아침에도 흐렸던 날씨가
목적지인 Indian Head에 오르니 개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높은 산에는 눈인지 서리인지가 내려서
산머리를 하얗게 덮고 있었습니다.

Indian Head에서 시간을 보내고

간 길을 되돌아 주차장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랑 함께 했던 부부와 헤어졌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어느 시간 동안 함께 걷다가 인연이 다하면 헤어져야 합니다.
아내와 나도 그렇고
나와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얼굴을 맞대고 있는 이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시간도 지금일 것입니다.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을
정성껏 사랑하리라고 새삼스럽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노란 잎으로 산을 덮고 있었을
자작나무의 하얀 나신을 보면서,
아름다웠던 시간을 놓진 아쉬움이 큽니다.

그러나 잎을 벗은 나무도 사랑해야 하리라는 마음을 먹습니다.
잎이 없어도 자작나무는 자작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자작나무를 나는 사랑합니다.
노란 잎이 있는 자작나무는 아름답습니다.

 

지금까지는 바로 햇살을 받아

노란 잎이 찰랑이는 바로 그 자작나무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잎이 다 지고 난 자작나무의
하얗게 벗은 모습도 사랑하려 합니다.
잎이 없다고 해서

자작나무가 자작나무가 아닌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조금씩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잎들,
야위어가는 내 육신과 영혼.
나의 육신이 조금씩 무너지고 허물어짐을 느낍니다.
그런 나의 육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도 나입니다.

싱싱했던 나도,

허물어지고 있는 나도

다 나입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입니다.

사랑이 그립고

또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날이 추워집니다,
서로 가슴 비비며 추위를 견디다 보면 봄은 또 오겠지요.

 

그리워하고 또 외로워하면서

겨울나무의 나이테가 더 진하고 더 단단해지듯
겨울 동안 나의 사랑이 더 깊어지면 좋겠습니다.

  •  

산에 오르는 길 가의 고사목.
산봉우리엔 구름이 걸려 있고----


여름에 산으로 오르는 길은 어두웠다.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려 컴컴했는데 잎들이 지고 나니 기리 훤했다.
기 옆의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씩씩하게 들렸다.

자작나무의 시신들.

커다란 바위를 덮은 이끼.
물이 흘러내리다 고드름이 되어 이끼에 대롱대롱 매달려 잇다.

호수 건너편 숲 속에 아직 지지 않는 자작나무의 노란빛이
노란 등불처럼 어색하게 숲을 밝히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