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녁 햇살이 주는 위로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0. 7. 18. 10:21

저녁 햇살의 위로

 

허리 아픈 하루였다.

 

이틀 동안 시원하던 날씨가

오후에 갑자기 습기를 잔뜩 머금고 더운 숨을 내뿜었다.

날씨만 대적하기에도 힘이 겨운데

다른 일까지 겹쳐

양수겸장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살아내면

또 살아지는 거다.

 

저녁을 먹고 창 가를 보았다.

창턱의 다육이들 위로 저녁 햇살이 내려앉았다.

잎이 빨갛게 익었다.

 

추위와 더위, 그 차이가 심하면

잎이 그렇게 빨갛게 된다고 한다.

춥기만 해서도 안 되고

덥기만 해도  안 된다.

그 둘이 다 어우러져야 비로소 빨간 물이 든다.

 

나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더위와 서늘함이 어우러져

그 차이를 살아내기가 힘에 겨워도

삶의 저녁에 고운 햇살이

내 빰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누가 알겠는가,

내 빰도 오늘 저녁 다육이처럼

그렇게 빨갛게 물이 들런지.

 

하루의 위로,

삶의 위로가 되는 

햇살이 참으로 고운 오늘 저녁.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 맞는 오후의 햇빛도

오늘만큼만 고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