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ie, My lovely Sadie - Sadie가 하버지를 그린 그림
Sadie, my lovely Sadie - Sadie가 하버지를 그린 그림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2238
파네라 앞에서
지금 갑작스레 누군가가
내게 기억나는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었냐고 물어보면,
작년 이 맘 때로 시간을 되 돌려야 할 것 같다.
차근차근 생각하고 꼼꼼히 따져보면
내 삶에서 기쁘고 가슴 벅찬 순간이
내 손가락 수를 다 합쳐도 다 꼽을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지금으로 부터 기억나는 행복한 순간은
바로 Sadie와 Desi를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간 작년 요 맘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요맘 때 아내와 나는 손주들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러
손주가 사는 동네의 빵집 '파네라'에 가는 길이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 손에는 Sadie의,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Desi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려 '파네라'로 걸어가던 그 2-3 분동안의 시간이
지금도 푸른 하늘의 하얀 비행기 구름처럼 뚜렷하게
내 마음 속에 화석으로 남아 있다.
생명의 따뜻함과 보드라움이
그 아이들의 손을 통해 내 안에 전류처럼 흐르는 것 같았다.
그 조용한 흐름은 내 정신과 몸을 한 바퀴 돌아
어둠에 싸여 있던 나에게
행복의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 같은 환한 느낌을 주게 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 올리면
아직도 어떤 깨끗하고 보드라운 생명의 기운이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듯한 행복한 기분에 젖어든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데
직접 보면서 안고 손주들을 보듬는 일은
지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행복감의 절정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어제도 바로 그 행복의 절정에 올랐던 날이었다.
축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큰 딸네로 향했다.
손주들, 그리고 특별히 새로 태어난 손녀 Peny를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어제는 축복을 받은 하루였다.
아침에 축구를 하며 한 골을 넣었고
덤으로 도움 하나를 기록한 기쁨은
손주를 보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치 옛날의 다이얼 전화기와
아이폰 11 사이의 거리보다도
더 먼 거리에 두 종류의 차원이 다른 기쁨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손주들과 반가운 해후를 하고
Peny와도 눈을 맞추고 난 뒤 숨을 고를 즈음
테이블 위에 스케치 북이 눈에 들어왔다.
Sadie가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들이었다.
내가 그림에 영 문외한이긴 하지만
몇 가지 범상치 않은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Sadie의 창조적인 소질을 그림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아마도 손이 안으로 굽는 것과 같은,
그런 종류의 호들갑이라고
남들은 그럴 것이지만
Sadie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나는 우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Sadie에게 나를 한 장 그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Sadie는 우선 하트를 그리고
그림의 하단 부에 나와 Sadie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을 그려주었다.
나는 세상의 그 어떤 유명한 예술 작품보다도
Sadie의 그림에 감동을 받았다.
나를 그려달라는 나의 부탁에
Sadie는 자기와 하버지가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을 그렸기 때문이다.
Sadie가 작년 이맘 때 함께 '파네라'에 갔을 때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지 모르겠다.
그러나 Sadie의 무의식 속에도
'하버지' 손을 잡았을 때의 그 따뜻함이 첫 눈처럼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Sadie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림에 대한 설명도 부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Sadie와 따뜻한 감정의 교류를 하고 있음을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adie는 내 손녀이면서
내 영혼의 친구(SOUL MATE)이기도 하다.
Sadie의 그림에 대한 재능은 아무래도 좋다.
다만 '손잡음'을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아니, Sadie는 이미 그런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Sadie를 만날 때마다
늘 그러하듯, 귀에 대고 속삭일 것이다.
'Sadie,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고.
세상의 누군가 한 사람에게도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된 일일까?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행복을 심어줄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Sadie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아침 행복 모드에 젖어 있는 이 축복!!
그림 한 장에 두 얼굴.
피카소처럼,
아니면 한 얼굴 안에 있는 엄마 아빠의 얼굴?
하버지를 자기 식대로 썼음
하버지와 손을 잡고 있는 Sa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