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까치발 내리기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7. 2. 28. 22:32

"아, 날아갈 것 같아!"


종로 3가에 있는 호텔을 나와 인사동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 놓으며

나와 아내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이다.


우리 짐가방 하나를 끌고

어깨엔 backpack을 멘 채 

종로 3가에서 인사동까지

추운 아침 거리를 걸었다.


내 backpac엔 카메라 두 대와 

200mm 렌즈를 포함해서 5 개의 카메라 렌즈,

그리고 크고 무거운 laptop 컴퓨터가 들어 있었다.

아내의 backpack엔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몰라도

내 가방의 무게의 1/5 정도 되는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아직 체크인 시간 전이어서

우리는 호텔 프론트에 짐을 맡기며

내려 놓음으로부터 오는 자유로움을 맛 보았다.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짐을 지고 길을 간다.

짐은 지워지는 것도 있지만

더 무거운 것은 스스로 걸머지는 짐이다.


'방하착'


길을 나섰다.

지하철 역에 어느 스님의 글이 눈에 띄었다.


까치발  - 월호스님

조금이라도 커 보이려고 까치발을

들고 사는 인생은 피곤합니다.

까치발을 내려놓는 순간 모두가 편안해 질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게 되니까요. 


내일은 재의 수요일,

사순절이 시작된다.

내 마음에 지워진 무언가를 버리고 비우며

까치발 내린 채 길을 가고 싶다.




[출처] 까치발 - 월호스님|작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