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9월 1일이다.
9월 1일이 뭣이 그리 중허냐고?
마님의 생신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사의 한 획을 귿는 분의 출생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어제 8월 31일은 손자의 생일이었다.
손자 Desi.
예쁜 미소 천사.
그리고 오늘은 마님의 생신이지만
큰 딸이 학교에 가는 관계로 아이들을 봐 주어야 하기에
제대로 생일을 즐길 수가 없어서
어제 밤에 둘때 처제와 동서와 함께 생일을 지냈다.
처제와 동서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이루어진 행사(?)였다.
우리 넷이 간 곳은 롱아이랜드의 롱비치라는 곳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긴 롱아이랜드에 있는 롱비치는 모르긴 몰라도 길었다.
저녁 여덟 시 쯤 도착한 롱비치의 어느 식당 앞.
어둠이 슬금슬금 밀려오고 있었다.
하늘은 어둔 구름이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 식당은 아이리쉬 식당이긴 해도
치킨 윙을 전문으로 하는 것 같았다.
동서는 버팔로에서 박사 과정을 해서인지
새콤매콤한 버팔로 윙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많은 것 같았다.
추억이 깃든 음식을 먹을 때
추억과 시간 같은 것들도 함께 먹는 것이다.
나는 맥주와 함께 치킨 윙을 맛나게 먹었다.
흔히들 말 하는 치맥을 제대로 맛 보았다.
마님과 같이 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말,
정말 맞는 것 같다.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물 비린내를 품고 와 우리에게 펼쳐 놓았다.
기분 좋은 밤이 익어갔다.
거기까지 가서 그냥 돌아올 수는 없는 일.
우리는 한 블락 떨어진 해변으로 향했다.
어둔 구름에 덮였지만
희디 흰 모래와 하얗게 갈기를 세운 파도가 몰려 오는 모습은 또렷이 보였다.
멀리 도시의 불빛이 아련하게 반짝였다.
신을 벗고 모래 위를 걸었다.
밀가루처럼 보드라웠다.
우리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걸었다.
밤 바다는 원시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우리는 원시가 되었다.
무아.
세탁소 안에서 흘린 땀은 벌써 바닷바람에 말랐다.
바람이 등을 떠 밀었다.
부르클린 아프트로 돌아 오는 중간에
카지노가 있다.
나는 전혀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끼리 '방앗간'이라고 부르는 곳에 들렸다.
일인당 20 달러.
나는 10 분만에 다 털렸다.
아무 정성이나 희망도 없이 눌러대는 버튼에
슬롯 머신도 날 번번히 외면한다.
우리 마님?
120 달러를 따셨단다.
원금 상환하고 80 달러를 30 분만에 따셨다.
천운을 타고 나셨다.
천운을 타고 나신 분이 천운인지
그 분과 함께 사는 사라과 이웃들이 천운인지 난 잘 모르겠다.
우리를 부르클린 아파트에 내려주고
마님은 그 밤에 차가 막히지 않아도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뉴저지 집으로 들어가셨다.
오늘 하루 손주들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우리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딸네 집에서
이미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을 우리 마님.
생일에 손주들을 돌보는 것을
손주들과의 만남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마님.
천운을 타고 난 그 분의 열매를 맛 보는 것은
아무래도 본인보다는
나를 비롯한 우리 식구들인 것 같다.
마님이 떠나간 자리엔 가로등이 반짝이고 있었다.
(가로등은 자기 좋으라고 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랍들을 위한 존재가 가로등이다.
마님의 은유적 표현.)
(다음 사진은 전화기로 처음 찍은 것들)
시강 옆 골목.
바닷가 하늘에 옅은 해의 빛이 묻어 있다.
우리가 식사를 했던 식당 앞에 세워둔 차
식당 이름이 'Lilly'
오랜 만에 맥주 한 병,
버팔로 윙과 함께 즐긴 치맥.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둠움이 깔렸다.
바람 맞았다.
(바닷 바람)
돌아오는 길에 카지노에서 30 분
나는 10 분 만에 20 달러를 잃었고
마님은 20 분 만에 120 달러를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