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바보
"왜 그렇게 실실 웃어?"
죽어가고 있는 줄만 알았던 아내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아내는 금요일에 무언가 잘 못 먹고 체해서
토요일 하루 종일 곡기를 끊고 지내다
나와 함께 부르클린을 떠나 뉴져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힘이 없어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반 쯤 누운 채로 말이 없어서 잠이 든 줄로만 알았다.
기습적으로 튀어나온 아내의 말에
마치 못 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잠시 머쓱해졌다.
우리는 막 조지워싱톤 다리로 올라가는 램프 어딘가에 있었다.
나는 고통 가운데 있는 아내를 옆에 두고도'
잠시 후에 집에 도착하면 벌어질 정경을
미리 가불해서 머릿 속으로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먼저 강아지들이 짖어댈 것이다.
강아지 짖는 소리에 손녀 Sadie는 창문을 통해
우리가 온 걸 알고 손을 흔들 것이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언저리까지 마중 나온
Sadie의 환한 얼굴이 나타나고
나는 그리운 연인을 만난 것처럼 그녀를 껴안고 입맞출 것이다.
장엄한 재회 의식이 끝나고 나면
보이지 않는 손자 Desi에 관해 Sadie에게 물을 것이다.
"What is Desi doing?"
그러면 분명 이런 대답이 들려올 것이다.
'He is sheeping."
여기서 'sheepig'은 자고 있다는 'sleeping'을
Sadie가 발을하는 대로 적은 것이다.
마치 이가 빠져 바람이 새는 것 같이 들리는데
난 그것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이런 Sadie 생각을 할라치면
시도 때도 없이 요실금처럼 실실 웃음이 나오는 걸 막을 도리가 없어진다.
나는 손녀 덕에
웃음을 실실 흘리는 소실금 환자가 되었다.
환자면 어떻고
아무 때나 웃을을 흘리는 바보가 된들 어떠랴.
나에게 돈 주고 살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주는 손주가 있는데-----
나는 오늘도 손주들 생각을 하며
이리 웃음을 실실 흘리며 하루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