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어머니 날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6. 5. 12. 21:16

축구를 하다

부상을 당했다.

2주 전에는 발 뒷꿈치에 멍이 들고

발등이 부어서 일 주일 내내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골 에어리어에서 중앙 돌파를 하다

누군가에 걸려서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장딴지가 무지하게 아팠다.

집에 와서 보니 많이 부었다.

마님한테 말을 하면 당장 축구를 그만하라고 할 터이니

말도 못 하고 통증을 안으로 삭히는 수 밖에.


딸 셋이서

어머니 날이라고 토요일부터 모여서 부산을 떨더니

아침상을 마련했다.




Sadie가 노란 장미를 한 송이 할머니에게 건네고 있다.

이모들이 꽃을 건네며

"Happy Mother's Day!"하라고 했는데

꽃만 달랑 전하고는 

대사는 빼 먹었다.





그래서 NG.

다시 했다.






사위 Robert가 끓이고 따라주는 커피도 한 잔.



아이들의 어머니 날 선물.


하늘 나라로 간 강아지 Sammie 목걸이.

카드,

그리고 'i phone 6'

어머니 날 선물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아이들과의 지리적인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두 아들은 함께 하지 못했다.

막내는 군인 신분이라,

큰 아들은 마지막 시험 중이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 점점 줄어든다.



아침을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왜 그리 피곤한 지 견딜 수 없어서

거실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Sadie가 제 목걸이를 내 목에 두르고

강아지 Bella는 내 Lap Top에----


그렇게 10여분 누워 있으니 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아내는 텃밭에 지난 번에 심지 못한 호박을 심어야 한다고 내 등을 밀었다.

다친 다리 핑계를 댈 수 없었다.

텃밭으로 마지 못해 나갔다.

라일락의 보랏빛 향기가 막 벌어지기 시작했다.





텃밭 한 켠의

싸리꽃(?)도 예쁘게 피었다.


여기도 빠질 수 없는 민들레.

민들레의 영토는 넓기도 하다.

담장이 있어도 텃밭까지 날아와 피었다.

그리고 졌다.



아직 철이 이른 탓인지 벌 한 마리가

보랏빛 꽃 사이에서 작업 중(?)

얼마 후면 많은 벌들이 작업을 할 것이다.

벌들을 보는 건 즐겁다.


벌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벌의 숫자가 줄면 꿀의 수확량이 줄어들고

그러면 'Hagen Daz' 아이스 크림 값이 올라가니

별로 유쾌한 소식이 아니다.


그러니 벌들은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다.



철쭉도 텃밭 주위에 피기 시작했다.




텃밭은 먹거리 생산하는 곳만이 아니라

꽃을 보는 문화 생활의 터로 생각하는 마님.

그래서 텃밭 주위엔 꽃들이 많다.

어찌 보면 우리집 텃밭은 '꽃보다 채소'가 아니라 '채소보다 꽃'이다.



초록 잎에서 민트 향이 나는 이 보라색 풀꽃이 

우리 텃밭의 3분의 1은 뒤덮고 있다.


'Poison Ivy'

정말 끔찍한 존재다.

아내는 작년에 두 번이나 당해서 고생을 엄청나게 했다.

그 고통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 끝이 없는 가려움

죽을 때 죽더라도 실컷 긁고나 죽고 싶던 그 갈증.


나도 20여년 전에 체리 따러 갔다가 poison ivy에 살짝 베어 

죽을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독성이 강해서인지

모든 잎이 연초록인데고 자기만 벌써 물이 들었다.


색이 강한 잎들을 조심하라!

유혹의 빛은 늘 강렬하고 호화롭다.



미나리 꽝.

엄청 퍼졌다.







호박 모종 심을 구엉이 몇 개 파고

화보용 기념 사진 촬영.




어머니 묘지 방문.

묘지마다 꽃들이 놓여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람들은

자기 어머니 묘소에 다녀가며 꽃을 두고 가서

어머니 날은 공동묘지가 그런대로 화사하다.


어머니 날 묘지 앞의 꽃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사랑은 계속 이어지고 있음 을----



철쭉이 너무 붉다.





지난 일주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어머니 날인 일요일 아침엔 바람이 불었다.

우리집 벚꽃 잎이 사르륵 지고 있었다.

막 피기 시작한 철쭉 꽃 잎도 섞어서 떨어졌다.


봄날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