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또다시 색의 유혹에 빠지다.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6. 4. 22. 03:39

나이 들어가면서

이젠 슬슬 담백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삶도 그렇거니와

사진도 색을 빼고 진함과 옅음으로

세상을 단순하게 보려는 마음을 슬슬 먹고 있는 중이다.

요새 찍은 사진 몇은

처음부터 흑백으로 카메라를 setting 했다.

그런데 어제 부르클린 식물원에 갈 일이 생겼다.

(마님은 올 봄에 멤버쉽에 join을 했다.)

회원들을 위해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아무래도 해가 사선으로 비칠 때

찍어야 볼륨감도 있고 콘트라스트 때문에 입체감이 살아난다.

기회가 온 것이다.

Cherry Esplanade엔 아직 벚꽃이 확 피질 않았다.

그래서 튜울맆이 있는 화단으로 갔더니

색색의 튜울맆이 바람에 살랑대며

교태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아, 나는 그냥 색의 유혹에 푹 빠지고 말았다.

어쩌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색이 주는 유혹은 점점 더 물리치기가 힘이 들어지는 걸---






꽃만이 아니라

사랑이 피는 계절인 것이다,

봄은----



꽃은 아랑곳 없이

풀밭에 배를 깔고 아이와 노는 엄마.


그래 '꽃보다 자식'이지, 엄마에겐.


아이와 같은 높이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의 모습은

꽃보다 아름답다.


기꺼이 몸을 낮추고

아이와 눈 맞추는 엄마의 마음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신의 사랑과 

참 많이 닮았다.



종류에 따라

부족함 없이 이렇게 활짝 핀 벚꽃도----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

고목에 새 잎새 몇,

손 흔들다.



사과꽃 나무.


'꽃보다 아내'라고

성큼 말을 꺼내지 못 하겠다.

꽃은 보이지 않고

그녀만 보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꽃잎은 다 지고

꽃술만 남아 있는----










다른 목련은 다 졌는데

그늘 속의 목련은 아직---




해는 곧 지고

밤이 올 것이다.






벚꽃 아래서

데이트





연꽃이 있는 연못에 비친

사리를 입은 인도 여성의 모습



아이들은 꽃보다 놀이.




꽃은 관심 밖.

엄마랑 비눗방울 날리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

엄마가 더 열심인 듯.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추억이 담긴 사진 확인.





사진으로 남을 기억.


달이 떴다.

봄밤이 꽃향기처럼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