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 일기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6. 2. 2. 23:35
한국에서의 (공식적인) 첫 일정이다.
아침에 찜질방에 가서 반신욕을 했다.
사흘 동안 거의 자질 못해
내 속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피로 조각들이
조금은 내 밖으로 흘러나간 것 같았다.
어머니와 함께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다녀왔다.
추운 날씨임에도 어머니는
잘 걷고 추위도 견뎌내셨다.
아버지 계신 곳에서
간단히 연도를 드렸다.
너무 추워서 성인 호칭 기도는 하다가 말았다.
안내소에 부탁해서 택시를 한 대 불러달라고 했다.
나야 문제가 없지만
추운 날 어머니는 정문까지 걷기가 수월치 않다.
사당역에서 내려 점심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니 몸의 긴장이 풀리며 나른해졌다.
삼일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다.
머리가 멍했다.
오후엔 가산 디지탈 단지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 동기들의 번개 모임에 다녀왔다.
이십여 명이 모였다.
작은 음식점에 현수막까지 걸어서 나를 환영해주었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취미로 심마니를 하는 친구는
자기가 캔 산더덕과 함께
산양삼(?) 다섯 뿌리를 선물로
주었다.
월남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는 커피 한 봉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만나려고 자기 시간들을 쪼개어
그 자리에 온 친구들의 마음들이 큰 선물이 아니고 무어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친구는
길에서 파는 군밤 두 봉지를 사서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이래저래 내 세상살이는 빚의 연속이다.
적자 투성이의 삶.
정말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오로라는
북극의 밤하늘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