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오는 12월 말 아침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5. 12. 29. 23:37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창문 틈으로 거리를 내다 본다.
어제 저녁 가게 문 닫을 무렵부터 시작한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창문에 빗방울이 묻어 있다.
스며들지 못하는 슬픔.
집을 나서니 한 사내가 어둠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뭄을 나선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고 있거나,
또 가기 위해 잠시 기다리고 있다.
가는 일과,
기다리는 일,
그리고 돌아오는 일.
이런 것의 소실점에는 무덤이 있다.
어디론가 가는 일은
무덤으로 가는 예행 연습하는 것이 아닐까?
아파트 문을 나서서
1 분 도 채 걸리지 않는
길을 걸으며
무덤으로 걸어가는 나를 만났고,
무덤으로 가기 위해 걸어가는
비에 젖은 사람들을 만났다.
스며들지 못하는 삶.
비가 위에서 아래로 걸어가고 있다.
지상에 닿는 순간
비는 더 이상 비가 아니다.
비 내리는 어둔 아침에 나는 걸어가고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불을 켰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나는 아직 걷고 있다.
아직도 아침인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