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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5. 12. 14. 22:57


좀 과장하면 초여름 날씨였다.

Central Park를 걷고 있었다.

동물원 부근을 걷는데

굴다리 언저리에서 색스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가 보니

노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키 큰 사내가 색스폰을 불고 있었다.

날은 따뜻했지만 12월 중순이었다.

높은 맨하탄 건물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의 색스폰은 쇠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굴다리에서 반사되어 들리는 그의 색스폰 소리는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키 큰 색스폰 주자의 키보다 

몇 배는 더 긴 그림자가 바닥에 드러 눕고 있었다.

몇 곡을 듣고 있으려니

그림자는 더 길고 짙어졌다.


곧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그가 색스폰으로 연주하는 재즈의 선율은

겨울 내내 

그의 그림자처럼 내 가슴 속에 

길게 누워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