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첫 출근을 한 토요일.
아직 시차와 여독 때문에 몸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없는 동안 일이 밀려서
바삐 몸을 써야하는 하루였다.
그런데 한 남자 손님이 까만 박스에 든 위스키 한 병을
카운터에 내려 놓았다.
그 남자는 키가 큰 폴란드 사람으로 직장 때문에 미국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세탁소에 3-4 개월 동안 양복과 셔츠를 맡기곤 했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며
그 동안 자기 옷을 세탁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위스키 한 병을 선물로 내려 놓은 것이었다.
난 순간 당황했다.
내가 뭐 특별히 잘 하거나
친절히 대해 준 것도 아닌데
손님에게 선물을 받다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 지 몰라서였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그를 보내고 나니
옛 기억이 떠 올랐다.
까마초(Camacho) 씨.
벌써 10 년도 전에 그는
텍사스 주로 이사를 갔다.
그는 매디슨 스퀴어 가든 안에 있는
유명 인사들 클럽의 매니저로 근무를 했다.
늘 깨끗하게 입은 양복과 셔츠를
세탁소로 가져 오기에
그의 옷을 세탁하는 일은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연말이면 늘 와인을 선물하곤 했다.
나 뿐 아니라
주변에 자기가 다니는 가게마다 찾아다니며
와인을 선물하곤 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자기 아들과 함께 와서는
자신이 왜 감사해야 하는 지를
아들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어떤 경우에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 지를
자식에게 실제 상황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금전적으로 이익을 얻는
내가 감사를 해야 마땅함에도
두 사람은 반대로 내게 감사를 표시했다.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도
굳이 감사를 표한 것이다.
감사의 마음은 받을 때도 기쁘지만
줄 때 더 기쁨이 큰 법이다.
따지고 보면 숨쉬고 살아가는 일 자체가 감사한 일인진대
세상엔 감사할 일이 차고 넘친다.
감사할 일을 찾아서 감사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아닐까?
오늘 저녁엔
잘 마시지는 못 해도
위스키 한 잔 짜라 마시며
살아 있는 일,
살아가는 일에 감사해야 겠다.